야설

지난 날의 회상 7

2024.06.03 09:07 2,601 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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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우..!! 저질들..!!”

 

잡지들을 잡아 모조리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고는 더운 열기를 식히러 샤워실로 향했다.

 

샤워실 안에는 박 상병과 하 병장이 있는 듯밖에 슬리퍼가 벗겨져 있었다.

 

.. 있다 와야겠네..”

 

그때 샤워실 안에서 하 병장과 박 상병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.

 

.. 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?!”

 

뭐가..”

 

뭐긴 뭡니까!! 정 소위 말입니다!! 어떻게 우리의 삶의 낙을 그렇게 뺏어 가는 건지.!!”

 

놔둬라.. 여자가 뭘 알겠냐.. 에휴...”

 

그래도 그렇지 말입니다!!! 우리가 휴가 때 아니면 그런 거 어떻게 본다고...!! 다른 부대는 인터넷도 있고 그런데.. 우린 이게 뭡니까!!“

 

에휴.. 난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빨리 제대 하는 게 상책이지이 노무 섬에서 얼른 빠져 나가는 것만이 답이다

 

아휴.. 열 받아서 정말..!! 정 소위 분명 빨통도 무지 작을 겁니다..!! 그러니 열폭해서 저런거나 뺏어가지..!!“

 

크크크..아 존나 웃긴다... 진짜 그런 거 아냐?”

 

진짜입니다!! 분명 제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껍니다

 

..크크크.. 존내 대박이다너 정 소위 앞에서 그렇게 말해봐어떻게 되나 보자

 

미쳤습니까.. 맞아 죽게..흐흐.. 화나니까 그냥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거지 말입니다

 

난 나를 조롱하며 웃어대는 소리에 순간 화가 울컥 나서 샤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억지로 화를 눌러 참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.

 

`이 녀석들이 보자보자 하니까..!! 나를 물로 봐?! 내가 너무 잘해주기만 했어..!! 앞으로 더 빡세게 굴려야 정신을 차리지..!!`

 

하지만 이내 혈기왕성한 20대 초반의 나이에 군대에 들어와서 그것도 이런 섬에서 외부와 정말 완벽히 차단된 상황에서 저런 잡지까지 못 보게 뺏어간 건 너무 했나 싶은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.

 

.. 잡지는 돌려주고 내일부터 빡세게 굴려.. 어떻게 하지.. 고민되네..거 참..’

 

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잡지를 돌려주자니 뭔가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았다결국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이였다.

 

아 몰라.. .. 하는 것 봐서 빡세게 굴리든가 하면 되겠지.. .. 내 앞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뒷담화를 들은 거니.. 에이 몰라.. 잠이나 자자.. 피곤한데.. 또 새벽 근무 나가야 하니..‘

 

골치 아플 땐 더 생각하면 머리만 아파지는 지라 난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.

 

한참 단잠에 빠져 깊게 잠들어 있던 그 순간바로 그 날의 손길이 느껴졌다난 익숙한 그 손길에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살폈다그리고 내 침대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티셔츠 위로 손을 뻗쳐 만지고 있는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.

 

낯선 이는 아직 내가 잠에서 깬 걸 모르는 건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덕분에 난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지며 낯선 이가 누구인지 알아 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.

 

하 병장박 상병..! 둘 중에 하나야!! 누구냐..!’

 

그리고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지며 나타나는 그 실루엣낯선 이의 정체는 놀랍게도 김 이병이였다항상 내 앞에선 말도 잘 못하고 수줍게 웃기만 하던 김 이병그 김 이병이 낯선 이였던 것 이였다난 너무 놀라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며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.

 

하지만 조금씩 시야가 더 밝아질수록 내 눈은 눈앞의 사람이 바로 낯선 이가 김 이병이라는 것을 더 확실하게 해주고 있었다.

 

말도 안 돼...!! 김 이병이..!’

 

그리고 그 순간김 이병이 내가 잠든지 보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난 우습게도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다내가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판단 이였지만일단은 들키지 않고 그냥 있어보자 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일단 티셔츠 위를 살짝 더듬은 것만으로는 그 낯선 이와 김 이병이 동일 인물이라는 걸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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