야설

지난 날의 회상 1

2024.06.01 10:41 5,752 1

본문

백령도 근처의 이름 없는 외딴 섬그 곳에 근무를 명받은 건 지금으로부터 5년 전이였다.

 

당시 여군 장교로 입대한 지 1년이 갓 지났을 무렵내가 맡았던 소대 내에서 탈영사고사 등 불운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난 이름도 모르는 외딴 섬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.

 

백령도에서도 배로 30분을 더 들어가서 있는 그 섬은 주민들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나를 포함하여 4명의 군인들만이 사는 곳 이였다.

 

처음 섬에 들어가자 나를 반겨주는 3명은 김 이병박 상병하 병장 이였다김 이병은 이제 군에 들어온 지 2달이 조금 안 된 신병 이였고박 상병은 이제 1년차하 병장은 제대를 5달 남겨둔 상태였다.

 

충성병장 하민재입니다환상의 섬 초록도로 오신 걸 환영 합니다

 

환상하하.. 초록도가 이 섬 이름인가?”

 

그렇습니다섬이 온통 초록으로 뒤덮여 있어 선임들이 예전부터 그렇게 불렀던 것으로 압니다

 

그렇군.. 별 다른 보고 사항은 없나?”

 

이렇게 조그만 섬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이란 게 있겠습니까가끔씩 남한 근방으로 내려오는 북한 배들은 있지만 크게 유의할 점은 아닙니다

 

가끔씩 내려오는 북한배가 특이사항이 아니라고??”

 

가끔씩 내려오는 북한 배가 특이사항이 아니라니나에겐 놀랄만한 뉴스였다육지에서 고작 1년을 근무하는 동안 북한군이라곤 볼 기회가 전혀 없었던 나에게 북한 배가 가끔씩 보이는 게 별다른 뉴스거리가 아니라는 건 꽤나 충격적 이였다.

 

여기에선 뭐 그냥 연례행사 수준입니다

 

그렇군.. 알았어 그럼 난 오늘은 피곤해서 그만 들어가 쉴 테니내 차례 경계근무 시간이 되면 깨우도록

 

네 알겠습니다!”

 

그렇게 3명의 사병들과의 첫 만남을 뒤로 하고난 장시간 배를 타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갔다고작 4명의 군인들이 묶는 곳이라장교라고 따로 관사 같은 게 있을 리는 만무했다.

 

하 병장의 뒤를 따라 건물의 제일 안쪽으로 향하자 전임 장교가 쓰던 방이 있었다.

 

여기입니다

 

그래그만 나가봐

 

 

방은 남자가 생활했던 것치곤 의외로 깨끗한 상태였다아니면 새로 임관해 온다고 애들이 깨끗이 치운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.

 

.. 좀 쉬자.. 피곤하다..”

 

그렇게 부임해 온 첫 번째 날이 지나가고초록도에서의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.

 

섬으로 오기 전부터 선임 장교들로부터 그렇게 조그만 섬에서의 생활은 편하긴 하겠지만너무나 지루할 것이란 말은 정말 사실 이였다.

 

가끔씩 보인다는 북한의 배는 내가 부임해 온 뒤론 한 번도 출몰하지 않았고덕분에 나의 군 생활은 하루에 섬을 2차례 도는 경계근무 이외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.

 

하아... 너무 지루하군...”

 

그나마 그런 생활에 단비 같은 존재는 1달에 한 번씩 섬으로 물자를 실어오는 배를 통해 외부인을 만나는 것 이였다.

 

아저씨오늘은 머리 자르고 오셨나 보네요

 

하하.. 역시 여자라서 그런가눈썰미가 있구만요전에 있던 장교님은 그런 건 생전 모르더만

 

그런가요..하하..근데 그때 부탁한...”

 

.. 그거.. 여기 있습니다..그때 말씀하신 게 위스퍼맞으시죠?”

 

.. ..이리 주세요..!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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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목록 1

페페님의 댓글

페페 2024.06.01 11:26

요즘 12사단 여중대장이 논란인 가운데 기대되는 글이네요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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